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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에도 나오는 80년대 뉴스 도중에 카메라 앞에 누군가 튀어나와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말하는
사건을 알고 있는지? 나는 실제로 이 방송을 직접 봤기 때문에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는데 이게 내가 처음 조현병을 접한 사례였었다.
https://namu.wiki/w/%EB%82%B4%EA%B7%80%EC%97%90%20%EB%8F%84%EC%B2%AD%EC%9E%A5%EC%B9%98
대학 다닐 때도 주변에서 몇 명이 가벼운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도청당한다고는 안 했지만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애기. 그런 애기를 너무 앞뒤 없이 강하게 주장하는 태도.
어찌 보면 에너지가 넘치고 어찌 보면 광기 같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기운.이걸 나는 당시 강한 자신감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심적으로 불안해지면서 주변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어렴풋이 조현병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전 조현병 격은 분의 수기를 봤다.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한다는 '조현병' 걸렸다가 완치된 후기 ㄷㄷ
와...
killingtime.co.kr
역시 누가 감시하거나 나를 욕하고 있다는 피해의식, 그게 결국은 실제 환청으로 들리는 현상.
예전에는 이게 전혀 이해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살다 보니, 머릿속에 피해받았던 기억, 이불 킥 할만한 안 좋은 기억들이
계속 맴돌 때가 있고, 그런 게 심해지면 혼잣말로 욕하거나 중얼거리거나 하루 종일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혀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나는 조현병이 이런 안 좋은 기억이던 상상이 더 깊이 파고들어 결국 환청으로 들리면서 모든 사고와 생활이 거기 얽매이는 게 아닐까 한다.
대부분은 내가 당한 피해 혹은 피해의식, 후회, 분노 같은 감정과 연결된 생각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데,
이게 서서히 내 마음을 지배하게 되면, 충분히 생각이나 상상이 마을을 사로잡고, 그게 실제 한다고 느끼는 상황.
최근에 내 생각을 스스로 돌아보다가 바로 이런 식으로 엄청난 피해의식에 주변을 비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이러다가 조현병에 걸리는가 보구나 하고 자각한 적이 있다.
방청소하듯이 내 마음이나 생각도 주기적으로 돌아보고 청소해 줘야 한다. 곰팡이 같은 피해의식이나 비난이 똬리 틀고 통제할 수 없을 때까지 자라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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